‘쌈지농부’ 천호균 대표 ‘흙살림’ 이태근 회장 유기농산물 가게 열어

“농사가 삶을 아름답게 가꿔줍니다. 농사는 예술입니다.”(천호균 쌈지농부 대표)

“유기농업은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과속의 시대에 공존의 가치를 일깨웁니다.”(이태근 흙살림 회장)

대표적인 토종 패션브랜드를 자처하던 쌈지가 토종 농부를 만났다.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마을에 터를 잡은 ‘쌈지농부’는 ‘논밭예술학교’ ‘생태가게 지렁이다’ ‘농부로부터’ 등의 여러 토속적인 브랜드로 농부 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다. 헤이리마을에서 가장 인기있는 ‘딸기가 좋아’ ‘집에 안갈래’ 같은 어린이 놀이공간 또한 쌈지농부와 한식구인 어린농부가 운영하는 사업이다.

천호균(63) 대표는 2009년에 ‘인사동 쌈지길’ 등으로 유명한 회사를 매각하고, 농사의 가치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도전적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사이 쌈지는 부도가 났지만, 쌈지농부는 2010년 서울형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새출발했다.

지난달 말 헤이리마을에서 만난 쌈지농부의 천 대표는 “쌈지농부의 논밭예술학교에서는 논밭이 갤러리의 주인공”이라며 “살아 있는 농산물로 요리하고 논밭을 소재로 디자인을 표현하고 또 도시농업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생태가게 지렁이다’에서는 로컬푸드 같은 착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쌈지농부는 지난해 한국의 토종 유기농을 대표하는 사회적 기업 ‘흙살림’의 이태근(53) 회장과 인연을 맺으면서, 농부 사업의 깊이와 속도를 더하기 시작했다. 파주의 헤이리마을과 출판단지, 그리고 서울 한남동에 유기농 직거래 매장인 ‘농부로부터’ 1~3호점을 잇따라 열었다. 흙살림이 유기농산물 공급을 맡고, 쌈지농부가 유통을 맡았다.

천 대표와 이 회장은 지난해 말 <농부로부터>라는 유기농사 대담집을 펴냈으며,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엔에이치엔(NHN) 본사에 매주 유기농 장터를 열고 유기농 꾸러미 사업을 강화하는 등 세상에 아름다운 농사를 알리는 일을 함께 벌여나가고 있다.

헤이리의 ‘농부로부터’ 1호점을 찾은 이 회장은 3일 “지난해 4월 천 대표와 처음 만나 금방 의기투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농업이 농민들만의 것이라 생각했는데, 천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문화에 눈뜨게 됐다”며 “도시 소비자들과 더 가까이하고, 농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출발점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주로 디자이너인 직원 20명이 일하는 쌈지농부의 사업은 아직 안정화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다행히 관계사인 어린농부의 ‘딸기가 좋아’ 사업이 잘 굴러가고 있다. 흙살림도 충북 괴산에서 ‘농부로부터’ 매장으로 유기농산물을 공급하지만 원가를 맞추기가 벅차다. 농민에게 제값 주면서도 소비자들의 깐깐한 가격 요구에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천 대표는 “당장은 돈을 벌지 못해도 농부의 이익에 최대한 충실할 생각”이라며 “농사와 자연, 예술에서 나오는 생각과 가치를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연결시키자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어떻게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아직은 답을 찾지 못했지만 반드시 길이 있을 것”이라고 굳은 희망을 나타냈다.

파주/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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