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예술이다."


위와 같은 취지로 도농교류를 통해서 농촌과 농부의 가치를 알리는 기업이 있다. (주)쌈지농부가 바로 그곳이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경의선이 다니던 폐선 부지에 만들어진 '늘장'(매일 열리는 장터)에서 천재박(35) (주)쌈지농부 기획실장을 만났다. 



농산물은 얼마예요가 아니라 누구세요로 불러져야 한다



이날은 도시농업축제 한마당이 열리는 날이기도 해 장터는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행사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농부들의 손짓에 얼른 달려가 이야기를 들었다. 술을 잘하지 못한다는 그였지만, 막걸리를 사양하지 않고 한 잔 두 잔 받아들었다. 


인터뷰를 위해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천 실장은 농부를 존경한다며 '농부님'이라는 호칭을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소외된 농부를 위해 투자한 기업


- 농사는 예술이다. 어떤 뜻이 담겨있나.

"예술은 그것이 쓸모 있든 없든 그 자체로 예술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농사와 농부도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서 농사를 예술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농사를 짓는 행위만 예술이라는 뜻은 아니다. 농부와 농사가 대표하는 공동체적인 것들과 농사를 짓는 시간과 노력, 도시 사람들의 생활방식과는 다른 삶 등이 예술이라는 이야기다. 손으로 만들어가는 것의 대표적인 것이 농사다. 농사에는 생산성만 담겨 있지 않다. 날씨와 문화 등 여러가지가 담겨있다."


(주)쌈지농부는 패션·잡화·액세서리 등으로 유명한 모기업 쌈지에서 시작됐다. 소외된 인디 음악,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쌈지아트마케팅'을 10년간 운영했다. 이후 다음 10년을 위해 대표적으로 소외된 농부를 대상으로 '농사가 예술'이라는 취지의 '쌈지농부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쌈지의 경영 위기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때 떠나야 할 사람들은 해고되지 않았다. 쌈지농부 부서로 이동됐다. 이후 모기업 쌈지는 부도가 났지만, 쌈지농부는 새롭게 출발했다.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구두를 제조하는 사업을 하고, 농사와 예술이라는 활동으로 작가들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현재 구두사업은 다른 회사로 넘겼다. 쌈지에서 했던 잡화를 농부와 농산물로 연결해보고 싶었다. 농사를 디자인하는 일들을 했었는데, 디자인만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게 없더라. 농가맛집 인테리어를 하고, 상표를 만들어줬다. 열심히해서 잘 됐다. 그렇지만 농부들이 유통을 하는 것은 어려워했다. 디자인을 아무리 예쁘게 만들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농사가 예술이거나 농부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표면적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직접 유통까지 해보려고 '농부로부터' 매장을 시작했다."



매장운영 적자... 하지만 초심을 잊지 않는다 


쌈지농부는 디자인 교육을 하고, 친환경농산물 매장 '농부로부터'와 생태문화공간 '논밭예술학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매장 수는 네 곳에서 두 곳으로 줄었다. 그런데 이 두 개의 매장도 적자라고 한다. 판매만 잘 됐다면 문제될 게 없었지만, 매장 운영과 유통에는 많은 돈이 들었다. 


- 적자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직원 임금과 관리운영비만 나오면 유지할 수 있다. (적자를 면하기 위한) 몇 가지 해법은 있다. 수입유기농 제품을 팔면 수익률은 높지만, 우리는 그렇게 안 한다는 원칙이다. '농부로부터'를 통해 나름대로 유통도 조금 경험해보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1차농산물을 다하기에는 여력이 안 돼서 '발효'라는 주제를 준비하고 있다. '발효'라는 장르는 보관도 용이하고 부가가치도 있다. 현재 '느린농부'라는 상표로 올바른 발효생산 네트워크를 구성하려고 한다."


쌈지농부는 서울시와 함께 '농부의 시장' 장터를 2013년까지 2년동안 운영을 했다. 처음에는 농부의 시장에서 생각했던 가치와 철학들을 담아내려고 노력했지만, 대도시 장터가 전국의 생산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특정한 형식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천 실장은 먼 지역 농부들이 농산물을 들고 서울에 왔다가는 것을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올해도 농부의 시장 운영에 쌈지농부가 생각하는 가치와 철학을 담은 사업 제안서를 냈지만, 안 됐다고 한다. 천 실장은 "올해는 숨고르기를 하면서 다른 곳에서 운영하는 방식도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경의선이 달리던 폐선부지에 공원이 만들어진다는 발표가 있으면서 사회적경제영역의 그룹들이 공원내에 시민들을 위한 사회적인 장터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마포구청에서는 장터공간을 제공해줬고, 참여한 주체들이 운영과 관리를 맡았다. 늘장(매일 열리는 장터)에서 쌈지농부는 '보통직판장'을 열었고, '농부로부터'에 이어 3월부터 새로운 도농교류를 시작했다. 


"늘장이라는 공간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농부의 시장을 운영해본 경험에서 농부와 함께하는 장터는 회사가 숙명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농촌과의 교류를)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 해를 쉬면서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해볼 수 있어서 보통직판장을 시작했다. 두 명의 청년이 혁신가 활동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관심있는 청년들을 기다린다


'보통직판장'은 도농교류의 플랫폼으로 농부의 소중한 가치를 나누는 장터다. 이곳에서 농촌과 도시의 농부가 함께 판매도 하고 농촌과 농사에 관심있는 청년들이 모여서 함께 장터를 열기도 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참여하고자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직판장'은 매주 토요일 늘장에서 장터를 여는데, 여덟 개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모여서 만든 '모자란협동조합'에도 참여해 매주 화요일 마포구 연남동의 동진시장에서 장터를 연다. 천 실장은 장터가 열릴 때마다 도농교류나 농촌에 관심있는 청년들이 한두 명이라도 참여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통직판장'에서 하는 활동들을 뉴스레터로 보내주는데, 그것을 받아보는 청년들이 100명이 넘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도농교류를 더 확대해주면 한 명이 1000명을 늘릴 수 있는 힘이 된다. 도시 안에서 그런 생각이 있는 청년들과 정기적으로 만나서 농촌과 관련된 장터·프로젝트·디자인 재능 기부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농사펀드 기획단에도 참여하게 됐다."


- 농사펀드는 어떤 것인가.

"농사펀드의 가장 좋은 취지는 농민의 생산비를 지켜주고 인건비까지 찾아주는 멋있는 기획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꾸러미'와는 또 다른 방식을 취한다. 앞으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농사펀드 기획단은 지난해 모금액 달성에 실패했지만, 올해는 성공했다. 친환경 쌀 농사펀드를 추진했는데 1400만 원이 모였다(목표액은 900만 원). 농사펀드는 올해 두 번째 펀드로 값이 폭락한 매실에 주목하고 있다. 괴산의 김성규 농부와 가족이 담근 토종 송광 매실청 펀드를 시작했다. 400만 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통직판장'과 같은 장터와 농사펀드의 경험과 정보들을 공유해 많은 이들이 여러 곳에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천 실장. 보통직판장이 농사펀드 기획에 참여한 것은 청년들이 활동하고 성공할 수 있게 공간을 내준 후원이었다고 한다. 그는 "성공한 사례들을 만들어서 누구나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싶어 할 때, 우리가 만들었던 방법을 따라할 수 있게 가르쳐주고 조직화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보통직판장'은 농사를 통한 도농교류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기회를 마련해주는 곳이지만 취지와 내용이 맞지 않으면 받지 않는다. 농산물은 친환경이 아니더라도 괜찮지만 목적에 맞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신청이 들어오면 인터뷰를 통해 참가 여부를 결정하고, 부합되지 않는 참여자에게는 그에 맞는 장터로 연결해주기도 한다. 이들은 직접 농촌판매자를 찾기도 하는데, '보통직판장'에서는 팔당제철작목반과 괴산의 박달마을 농부들과 교류하며, 동진시장에서는 횡성의 농부애뜰 작목반 농부들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한다.


- 도농교류를 통해서 이뤘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

"농촌과 농부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젊은 활동가를 만들고 싶다. 이것이 '보통직판장'이 할 일이다. 농산물로 무엇을 하든 농부님들을 존중할 수 있는 청년을 만나고 교류하는 게 목표다."


도시 속 삶에서 농촌은 보이지 않는다.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상품이 된 농산물에서 농부의 고된 노동을 느낄 수도 없다. 이런 가운데 쌈지농부와 '보통직판장'은 농촌과 농부의 소중한 가치를 '얼마예요'가 아니라 '누구세요'로 불리길 바라며 활동하고 있다.


오창균 기자


원본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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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v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