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들, 다시 생명을 얻어 펄떡거리다         
 
신양호작가의 작업실 ‘화실아래넝쿨덩쿨’은 입구부터 실내까지 종잡을 수 없는 물건들로 빼곡하다. 그의 수중에, 혹은 그의 작업실로 들어간 온갖 ‘잡동사니’들은 좀체 바깥으로 나올 수 없다. 오직 그의 작품 안에 한 자리를 차지할 때에야 다시 빛을 본다.

쌓아놓고, 늘어놓고, 찡겨놓고, 더러는 쳐 박아 놓은 것들은 죄다 ‘남이 쓰다 버린, 낡고 오래됨’ 이외엔 도무지 닮은 점을 찾을 수 없다.

나무쪼가리, 판자, 콘크리트파편, 막대기, 몽당연필, 철사, 끈, 주먹 칼, CD, 컴퓨터부품들, 나사, 볼트, 너트, 호미, 북어껍질, 쪼개진 화분, 담뱃갑, 녹슨 쇠자, 물감 통, 빗자루 몽댕이, 부서진 핸드폰••• , 한나절을 꼬박 둘러보며 열거해도 숨이 찰 지경이다. 심지어 소 장수들이 쓰던 긴 저울대와 미닫이문의 바닥 틀, 시골 어느 농가에서 수십 년은 족히 쓰다 버렸을 쟁기 틀도 있다. 어느 술꾼이 흘리고 간 모자도 걸려 있고, 참치잡이 고깃배가 쓴다는 와이어도 친친 감겨져 있다.

내과의사인 그의 아버지가 지난 날 병원에서 기록했다는 손때 묻은 환자 차트지도 차곡차곡 쟁여져 곱게 빛바래가고 있다. 세상 어디에선가 저마다 쓰임으로 세월을 묵혔던 물건들은 그의 작업실에 한데 모여 작지만 거대한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일종의 ‘스크랩 아트’다. 사물들을 모아놓고 필요한 곳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역사적으론 2차 대전 이후 다다이즘에서 비롯되었고, 최근엔 폐기물을 창조적으로 재생산해내는 정크아트로 발전했다. 나는 90년대 중반 평면적 회화에서 입체적 작업으로 넘어오면서 작품 안에 사물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95년 중흥동 골목 일대를 돌며 주워 모은 물건들로 작업한 오브제 작품 ‘무제’가 비구상이라면 지난해 대인시장에 입주한 뒤 새롭게 선보인 ‘갈치’ 연작들은 구상 작품들이다. 추상적인 작업이 대중과의 소통에 장애가 되고 공감이 약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오래된 물건들을 활용한 그의 작품이 시장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새로운 경향으로 발전한 셈이다. 작업실에 쌓인 오래된 물건들을 둘러보면 저건 여기에 끼워 넣으면 좋겠다는 감이 온다. 그럴 때마다 하나씩 집어 적용해본다. 갈치를 소재로 한 오브제작업은 늘 그렇게 이어진다. 누가 봐도 알기 쉬운 모양이어서 작업 자체도 재미있고 감상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느낄 수 있다.”

뭔가의 부속이었던 물건들은 분해되어 버려지고, 와해된 채 ‘유폐’ 되었지만 그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고 미적 감흥을 준다. 낱낱의 물성(物性)이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또 다른 전체로서 조화를 이뤄낸다는 점이 그의 탁월한 작품세계다. 갈치 하나를 감상하면서 그 갈치를 이루는 오래된 사물들의 파편과 그것에 담긴 살아있는 물성을 발견하는 의외성! 그것이 신양호의 오브제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다. 보통사람의 눈에는 그저 허접한 쓰레기 같은 물건들이지만 그의 방에선 저마다의 존재감이 살아있다. 그리고 그의 눈과 마주쳐 서로 감응할 때 창작과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와 천지만물의 위대한 본성을 다시금 드러낸다. 아무렇게나 쓰다 버리고 처분해버리는 세상을 향해 그의 작품들은 ‘세상에 태어난 그 어떤 것도 함부로 폐기될 순 없다’ 고 웅변한다.    

글  전라도닷컴 황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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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쌈지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