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 오재형 개인전 "- 8.5의 감성" (sensibility of 8.5)
전시일정 : 2011.11.5(토)~11.22(화)
오프닝 : 2011.11.5(토) 오후5시

장소 : 논밭예술학교 논갤러리,밭갤러리
문의 : 허수현 큐레이터 tel.031-945.2720





뒷산 산책을 나섰다.
살갗에 스치는 바람의 온도는 벌써 시원하면서 서늘한 가을이 찾아왔음을 느꼈고 짙푸른색의 하늘과 하얀색의 구름은 여기가 정녕 서울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기분좋게 맑았다. 빛이 맑은 곳에선 모든 자연들이 총 천연색을 띈다.

흙 길의 땅색은 묵직한 주황빛을 띄고 있고  뭉쳐진 녹색의 수많은 나뭇잎들, 그리고 사이사이 비친 조그마한 수천 개의 햇빛들은 녹색의 감각적 덩어리들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주황색의 묵직한 땅, 나뭇잎 녹색의 덩어리들 사이에는 나무기둥의 선적인 요소가 마치 조형적인 균형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그 곳에 자리잡고 있다. 사각형 틀을 가둬놓고 아무 풍경이나 설정해보아도 모두가 완벽한 구성들이다.

구도? 상상력? 아이디어?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무엇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내 머릿속에 담겨있는 자의적인 상상력이나 아이디어들 마치 그런 것들이 이 순간에서는 엄청난 사치처럼 느껴진다. 길을 걸으며 내가 보고 있는 어떤 광경이라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도 될 만큼 그 자체로 완벽한 구성과 색채를 이루고 있었다. 이 순간, '본다'라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행위이며 동시에 내 자아를 해체시키고 있음을 느꼈다. 사랑하는 부인의 표정도 마치 정물화처럼 표현했던, 대상을 구현할 때 작가 개인의 내면의 감정과 상상력을 극도로 배제한 세잔의 풍경화를 보면 역설적으로 생명력과 사물들이 치솟는 듯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것은 세잔의 상상력으로 이미지의 변형을 꾀한 것이 아니라 원래 자연자체가 그러한 성질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 뒷산을 거닐며 또 한번 느꼈지만 자연은 그 자체로 아주 강한 긍정의 감정을 지니고 있다. 뒷산을 그려야겠다.


- 8.5의 감성

나는 자연을 정확히 -8.5의 감성으로 바라본다. 다름아닌 내 '나쁜'시력의 수치이다. 언젠가 벌거벗은 눈으로 사물을 보았을 때에 아이러니하게도 더 적나라하고 자세한 광경들이었다. 그것은 미처 세계를 인식하기 이전의 상황, 아직 눈 앞의 사물이 '지각'되기 이전의 뒤섞임의 순간이며 순수한 색과 감각의 세계였다. 나무는 아직 나무가 아니고, 잎은 아직 잎이 아니며 땅은 아직 땅이 아니었다. 짙푸른색과 약간의 주황색 그리고 연녹색의 뒤섞임이 어떠한 형상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목격하는 듯 했다. 나는 내 캔버스가 이런 -8.5의 감성과 자연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한다.

                                                                                                          오재형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쌈지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