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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안수 기자]
오마이뉴스 | 입력 2009.10.28 09:15

부인께 매일 감사하며 사는 남자

저의 이웃인 '쌈지'의 천호균 사장님께서는 이즘 '농사'에 빠져 계십니다. 헤이리로 이사 오시고 정원 텃밭에 상추를 심었다가 일주일 뒤에 땅속으로부터 '불쑥' 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감격했습니다. 그때부터 땅과 생명의 오묘함을 새롭게 인식한 듯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텃밭을 돌보는 일입니다. 대처에서 생활할 때는 생각도 못했던 자연에 대한 이런 인식은 헤이리 인근의 땅을 임대해 밭농사를 짓는데 까지 발전했고 '농사는 예술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생태를 살리는 농업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는 활동으로까지 진전되었습니다.

저를 주목하게 한 것은 텃밭에서 일을 하시다가 멀리 계신 부인을 부를 때였습니다.
"감사야!"
부인이 쌈지에서 함께 근무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저는 부인의 회사 내 직함을 '감사'라고 여겼습니다. 내심 회사 직함을 집에서도 내외간 호칭으로 사용하는 것이 썩 합당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사석에서 대면하는 자리에서 그 궁금증을 천 사장님께 직접 여쭈었습니다.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 다른 대학에서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만을 입고 등교를 하는 한 여학생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 여학생에 매료되었고 사랑을 고백하게 되었지요. 저의 사랑을 수용하고 지금까지 함께 살아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제가 처에게 호칭하는 것은 '감사監事'가 아니라 '감사感謝'입니다."





2009 신세대 농업CEO 아카데미 교육수료식에서의 천호균사장님


ⓒ 이안수






천호균사장님의 댁, 벽에 걸린 '감사'님의 초상화


ⓒ 이안수


부인을 태양으로 섬기는 남자

모티프원의 게스트로 저와 만났지만 3년이 넘는 동안 가족과 가족으로 각별한 정을 나누는 가족이 있습니다. 대전의 윤성중 가족입니다.

윤 선생님은 독서광입니다. 책을 벗 삼는 것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와 무언으로 통하는 분입니다. 과거 정구 국가대표선수였으며 지금도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일본을 오가며 친목 경기를 즐기는 천선숙 사모님은 저의 처와 일상사를 나누곤 합니다. 모든 주부들의 공통관심사인 살림과 아이들 교육에 관한 수다를 즐기곤 하지요. 외아들 석진이는 운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에서 저의 아들 영대와 형과 아우의 형제애를 나누고 있습니다.

봄에 윤 선생님께서 제게 글을 보냈습니다.
"저와 안해, 석진이 모두 어제보다 멋진 오늘, 하루하루를 만들고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가오는 4월 5일에도 멋진 하루를 헤이리에서 보내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지만, 좋은 추억은 가끔씩 꺼내어 보면 그 감동이 늘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4월 5일이 저와 안해에게는 좋은 추억이 새겨진 날짜이거든요.(참, 제가 아내를 '집안의 해'라는 의미로 '안해'라 부른다는 말을 드렸던가요?^^)"

저는 그제야 부인을 '아내'가 아니라 '안해'로 호칭했던 이유를 알았습니다.






모티프원에서의 윤성중, 천선숙 부부


ⓒ 이안수






천선생님과 처는 일상의 다양한 기쁨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사이로 지냅니다.


ⓒ 이안수


미소가 아름다운 부인

저는 8년 가까운 긴 연애기간을 거친 후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 후의 생활을 합해 30년쯤 되는 동안 처에 대한 저의 호칭은 '미소'입니다.

"미소? 좋다. 나는 언제 그런 호칭으로 한번 불려보나!"
'미소야!'라는 저의 아내에 대한 부름에 이웃부인들은 간혹 '부러움이 몇%쯤은 섞인 야유'를 보내곤 하지요.

30여 년 전, 제가 지금의 처를 처음 만났을 때, 아무 말 없이 은근한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것에 넋을 잃었습니다. 그 어떤 것보다도 그 처녀의 미소는 저를 황홀케 했습니다. 아무리 힘든 일도 처의 미소는 저를 용기 나게 했고, 아무리 고단한 상황이라도 그 미소는 저를 휴식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저의 연인을 '미소'로 호칭하기 시작했고 상대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긴 세월동안 입에 붙은 '미소야!'라는 호칭이 이제는 대부분의 경우 호칭일 뿐이지만 간혹은 '미소'로 호칭하게 되었던 그 이유가 여운처럼 남아 '서로간의 젊은 열정이 사라진 뒤에도 부부가 함께 살아야 된다는 것에 대한 의무'를 기꺼운 마음으로 실천하게 해 줍니다.





저와 결혼 후 2년이 경과 된 때의 '미소' 강민지


ⓒ 이안수






올 가을,막 퇴근해서 오랫만에 헤이리에서 상봉한 미소


ⓒ 이안수


돌이켜보면 달콤했던 연애시절은 찰나인 듯 지나가고 이제는 가족과 가계를 지탱해야 하는 회피할 수 없는 임무만 남은 긴 부부의 인생에서 부인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태양'처럼 섬기며, 아름다운 '미소'만을 기억하는 긍정의 호칭은 인생이 무르익은 이 가을처럼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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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쌈지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