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북] 농부로부터

이태근, 천호균, 이인경 지음/ 궁리

2011년 10월 26일 09:28 환경일보 김영애 기자

 

20여 년 동안 유기농 한 우물을 판 흙살림의 이태근

도시의 생활 혁명을 꿈꾸는 쌈지농부의 천호균

 

1984년 충북 괴산으로 내려가 농민운동을 시작한 이태근은 1991년 괴산미생물연구회에서 출발한 흙살림을 20년째 꾸려가고 있다. 토종종자, 유기농업 재배기술, 유기농인증, 농산물유통, 농업정책을 연구해 유기농업이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되도록 헌신해왔다. 흙살림(www.heuksalim.com)은 2008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아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천호균은 1993년 ‘핸드백을 입자’라는 독특한 슬로건의 ‘쌈지’를 탄생시켰다. IMF 때 작업실이 없는 작가를 위해 스튜디오를 빌려주는 ‘쌈지스페이스’를 만들어 10년 넘게 후원했을 정도로 그의 예술사랑은 열렬하다. 인사동 ‘쌈지길’을 만들고, 인디밴드를 발굴하는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을 13년째 꾸준히 열고 있다. 2009년 서울형 예비 사회적 기업 ‘쌈지농부’(www.ssamzienongbu.com)를 만들어 다양한 농촌디자인컨설팅을 진행했고, 2010년 파주 헤이리에 생태가게 ‘지렁이다’, 생태문화공간 ‘논밭예술학교’, 유기농 레스토랑 ‘오가닉 튼튼밥상’을 열었다. 흙살림 이태근과 쌈지농부 천호균의 만남은 다소 낯설어 보일 수도 있다. 한 사람은 농부인 동시에 농업과학자이고, 또 한 사람은 다양한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사업가이다. 이 두 사람이 만나는 접점에 ‘흙, 농사, 농부’라는 키워드가 있으니 이들은 2011년 여름, 의기투합해 흙살림은 생산을, 쌈지농부는 유통을 맡아 협력하는 농산물유통매장 ‘농부로부터’를 파주 헤이리와 출판단지, 한남동에 열었다. 이 책에서 두 저자는 ‘농사, 사회적 기업, 새로운 삶’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놓고, 중년 독자들에게는 도시적 삶의 새로운 대안을 꿈꿀 수 있도록 청년 독자들에게는 길들여진 삶보다는 새롭게 개척하는 삶을 상상하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고자 했다.

 

성공과 출세를 위한 경쟁과 스펙 과시만이 유일한 잣대가 된 이 시대에

느리지만 뚜벅뚜벅 ‘나’답게 살아온 두 사람이 던지는 새로운 삶의 풍경

 

이태근 흙살림 대표는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유기농’이라는 말이 따로 없었다고 전한다. 전통적으로 농사짓던 방식이 바로 유기농이었기 때문이다. 흙살림연구소에서 흙을 살피고 미생물 연구를 하다보면 이 세상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쉼 없이 움직이고 있는 작은 미물들이 거대한 생명의 숲을 이루고 있다는 것에 놀랄 때가 많다고 한다. 생명체들은 서로 어울려 살며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세상 만물은 모두 제각기 소중한 존재임과 동시에 관계의 그물망에 있어 소중한 그물코가 된다. 얽히고 설켜 생명의 그물을 이루는 것이다.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 너와 내가 그렇다. 단절, 외면, 대결 구도는 비극의 시작이다. 화학비료와 제초제에 메말라가던 흙이 조금씩 본래의 생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면서 이태근 대표는 점차 문명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살피기 시작했다. 인류문명의 긴 역사에 비추어 현대문명은 채 200년도 되지 않는다. 그 문명은 편리함과 동시에 엄청난 폐해를 가져왔다. 과거의 낡은 소비 방식에서 벗어나 단순 소박한 삶의 연습이 필요하다. 욕구의 질이 달라져야 한다.

쌈지 천호균 대표는 2008년 말 서울디자인올림픽이라는 행사가 열렸을 때 그곳에 참여하면서 ‘농사가 예술이다’라는 슬로건을 만들게 됐다. 명함에도 썼을 만큼 이 슬로건은 이제 그의 인생에서 이름값과 동등한 무게를 갖게 됐다. 기업 ‘쌈지’를 운영해오면서 소외된 아름다움, 오래된 아름다움에 관심 있는 예술가들과 소통을 많이 해왔는데 그들이 주로 농사, 농부, 농촌에서 영감을 얻는 것을 목격했다. 생활은 고달프지만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기쁨, 혹은 이게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어떤 운명 같은 것을 안고 작업하는 걸 보면서 천 대표는 농민들에게서도 비슷한 연민이나 동지의식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예술의 변방지대에 있던 그들이, 산업화로 인해 변방으로 밀려난 농민의 삶을 주목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 작가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천 대표는 예술이 자연스럽게 농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흙을 만질 때 예술적 감성이 길러진다, ‘농사가 예술이다’라는 구호 아닌 구호를 만들게 됐다.

 

풀뿌리 기업이 사회를 먹여 살린다

 

흙살림은 2008년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고, 쌈지농부는 2009년에 서울형 예비 사회적 기업이 됐다. 문화예술의 창조적 결합을 추구했던 천호균 대표와 흙살림의 미래적 가치를 실천해낸 이태근 대표는 새로운 기업관을 주고받으며 진정한 창조와 나눔을 모색했다. 눈에 띄는 점은 흙살림의 이태근 대표는 일종의 운동의 형태에서 시작해 기업을 일구었고, 쌈지농부의 천호균 대표는 기업을 꾸리다 운동을 하게 된 케이스라는 점이다.

 

출처 : 환경일보
기사링크 : http://v.daum.net/link/2184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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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쌈지농부